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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 중독증과 항진증,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2026-02-11 hit.28

<명의칼럼 | 김종민 원장>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용어 중 하나가 바로 ‘갑상선 중독증’과 ‘갑상선 항진증’이다. 두 단어 모두 갑상선 호르몬이 높아진 상태를 떠올리게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전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치료 방향에 대한 오해도 함께 생기기 쉽다.


먼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갑상선 항진증은 특정한 질환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원인은 자가면역 질환인 그레이브스병이다. 면역체계가 갑상선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호르몬을 과도하게 만들어내는 병으로, 심장이 빨리 뛰고 손이 떨리며 불안감, 체중 감소, 눈 돌출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 이 경우에는 갑상선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치료가 필요하고, 비교적 장기간 약물 치료를 하며 조절하는 것이 원칙이다.


반면 갑상선 중독증은 훨씬 넓은 개념이다.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혈액 속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높아져 있는 모든 상태를 통칭한다. 예를 들어 이미 갑상선을 제거해 호르몬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실수로 약을 과다 복용했을 경우, 혈중 호르몬 수치는 급격히 상승하고 항진증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이 상황은 갑상선이 호르몬을 ‘과다 생산’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호르몬이 많아진 상태이므로 항진증이라 부르지 않는다. 이 역시 갑상선 중독증이다.


아급성 갑상선염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갑상선 조직이 손상되면서, 저장돼 있던 호르몬이 한꺼번에 혈액으로 방출되는 경우 호르몬 수치는 일시적으로 높아진다. 하지만 이 역시 지속적인 호르몬 생산 증가가 아니기 때문에 항진증과는 구분된다. 정리하면, 갑상선 중독증은 상태를 말하는 용어이고, 갑상선 항진증은 그 원인 중 하나인 질환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구분은 실제 치료에서 매우 중요하다. 갑상선 중독증이라고 해서 모두 항진증 치료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진료하면서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가 있다. 정상 갑상선 무게가 보통 20~25g 정도인데, 이 환자의 갑상선은 375g에 달했다. 거의 15배 이상 커진 상태였다. 약물로는 항진증 조절이 전혀 되지 않았고, 반복적인 하지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항진증이 극심해지면 저칼륨성 주기적 하지마비가 생길 수 있는데, 에너지 대사가 과도하게 빨라지면서 칼륨이 소모돼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는 현상이다.


이 환자는 칼륨을 보충하면 잠시 호전됐다가 다시 마비가 오는 상황을 수년간 반복했다. 결국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문제는 수술 전 상태였다.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지나치게 높으면 마취 중 심박수와 혈압이 급격히 상승해 치명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갑상선 폭풍’이라고 한다. 이 상태에서는 수술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먼저 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리는 과정이 필요해 사용하는 것이 루골 용액, 즉 고농도의 요오드다. 항진증 환자에게 요오드는 일반적으로 금기처럼 알려져 있지만, 일정 조건에서 고농도로 투여하면 오히려 갑상선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갑상선에 요오드가 먼저 포화되면서 새로운 요오드가 결합하지 못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호르몬 생산이 줄어드는 원리다. 이렇게 상태를 안정시킨 뒤, 배를 열지 않는 내시경 수술로 거대 갑상선을 제거할 수 있었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한편 환자들이 또 자주 걱정하는 부분이 있다. “갑상선암을 방치하면 역형성암으로 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역형성 갑상선암은 의료진 입장에서도 가장 예후가 나쁜 암 중 하나다. 종양이 주변 조직과 거의 한 덩어리처럼 붙어 자라고, 수술로 제거해도 빠르게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방사선 치료나 항암 치료에도 반응이 거의 없고, 교과서적으로 알려진 평균 생존 기간은 진단 후 약 6개월 정도다.


다만 현재 유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이 단계까지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역형성암은 매우 드문 암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갑상선암은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병”이라는 말이 “평생 치료가 필요 없는 병”으로 오해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부 저위험 갑상선암은 당장 수술하지 않고 관찰할 수 있지만, 이는 영원히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보고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장기간 방치된 유두암이 수년 후 역형성암으로 변한 사례도 보고돼 있다.


따라서 갑상선암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공포에 휩쓸려 서둘러 결정하는 것도, 반대로 안일하게 방치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내 상태가 ‘중독증’인지 ‘항진증’인지, 수술이 필요한 단계인지, 관찰이 가능한 상황인지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이다. 갑상선 질환은 이름보다 상태와 원인이 훨씬 중요하다. 정확한 진단과 충분한 설명을 바탕으로 한 치료 선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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