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원

< 호르몬 명의 김경래 원장의 명쾌한 의료 정보 칼럼 >

대한민국 성인 여섯 명 가운데 한 명은 당뇨병을 앓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다섯 명 중 한 명에 이를 정도로 증가 추세가 뚜렷하다. 문제는 많은 환자가 합병증이 나타나기 전까지 본인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점이다. 시력 저하, 신장질환, 심혈관질환과 같은 합병증으로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듯 당뇨는 생활 속에서 꾸준히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는 “제로 칼로리 음료를 마셔도 되느냐”이다. 설탕이 빠져 있고 칼로리가 거의 없다는 이유로 마치 ‘안전한 선택지’처럼 여겨지지만, 그 속에는 반드시 짚어야 할 주의점이 있다.

제로음료에는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과 같은 인공 감미료가 들어 있다. 이 성분들은 직접적으로 혈당을 올리지는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대체 음료로 허용된다. 실제로 일부 환자에게는 체중 관리나 당 조절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전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존재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감미료가 장내 미생물 균형을 흔들거나 췌장염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음료 선택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제로음료를 마셨다는 이유로 “칼로리를 아꼈다”는 보상 심리가 작동해 햄버거, 치즈, 감자튀김을 더 주문하는 경우가 흔하다. 결국 혈당 조절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체중 증가와 합병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고 제로음료를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어떻게 마시느냐’이다. 단맛이 간절할 때 설탕이 들어간 음료 대신 제로음료를 선택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물처럼 습관적으로 하루 종일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당뇨 관리의 본질은 생활습관에 있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중심으로 하고, 가공식품과 고칼로리 음식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다. 현미와 잡곡 같은 복합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채소와 단백질을 균형 있게 포함하는 식단이 필요하다. 여기에 규칙적인 운동과 체중 조절이 더해질 때 혈당은 안정된다. 제로음료는 이 과정에서 어디까지나 ‘보조적 선택’일 뿐이다.

당뇨병은 유전적 소인이 있더라도 생활습관에 따라 발병 여부가 달라지는 질환이다. 방아쇠는 유전자가 아니라 개인의 생활 패턴이 당기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제로음료는 괜찮다”는 안도감에 기대기보다는, 전체적인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조율하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 제로음료는 적절히 활용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균형 있는 관리 속에서 보조적으로 마셔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