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원

​<호르몬 명의 김경래 원장의 명쾌한 의료 정보 칼럼>

당화혈색소, 지난 3개월의 혈당을 보여주는 성적표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수치 중 하나는 당화혈색소(HbA1c)이다. 많은 환자들이 공복혈당이나 식후혈당에만 집중하지만,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을 반영해 장기적인 조절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혈액 속 포도당이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과 결합한 비율을 측정하는 방식이며, 적혈구의 평균 수명인 약 120일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흔히 ‘혈당 조절의 성적표’라 불린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변동하는 혈당 수치는 식사, 운동, 스트레스, 수면, 약물 복용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당화혈색소는 이러한 단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전체적인 경향을 보여주기 때문에, 치료 효과와 합병증 위험을 가늠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수치가 높을수록 망막, 신장, 말초신경 같은 미세혈관 합병증뿐 아니라 심장과 뇌혈관 질환 위험도 함께 증가한다. 실제로 연구에 따르면 당화혈색소가 1% 높아질 때마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약 18%,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은 약 37% 상승한다.

대부분의 성인 당뇨 환자에게 권장되는 목표치는 6.5% 미만이다. 다만 고령이거나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저혈당 위험이 큰 경우에는 목표치를 7.0% 혹은 그 이상으로 완화하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수치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식사, 운동, 체중 관리, 약물 치료가 유기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식사 관리에서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채소, 단백질, 불포화지방을 균형 있게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은 주 150분 이상, 이틀 이상 쉬지 않도록 계획하며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식후 30분 뒤 30분가량의 유산소 운동만으로도 혈당이 50~80mg/dl 정도 감소할 수 있다. 체중을 5~10% 감량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돼 당화혈색소가 0.5~1% 낮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당화혈색소 검사는 공복 여부와 관계없이 채혈로 진행되며, 보통 3개월마다 1회 측정한다. 목표 수치에 안정적으로 도달한 경우에는 6개월 간격으로 시행할 수 있다. 다만 빈혈이나 신장질환, 특정 혈액질환이 있는 경우 수치가 실제보다 높거나 낮게 나타날 수 있어 결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당화혈색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지난 3개월간의 관리 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다. 며칠간의 혈당이 좋았다고 안심하거나, 일시적으로 나빠졌다고 불안해하기보다, 꾸준한 생활습관 관리와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당뇨 치료의 핵심이다.​

김경래 내과 대표원장 작성​